초고는 원래 형편없다.글쓰기 이야기에는 늘 이 말이 따라붙습니다. 위로가 되는 말이긴 한데, 실제로 초고를 다 쓰고 나면 별로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초고가 형편없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디를 어떻게 손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제가 처음 장편 원고를 끝냈을 때가 그랬습니다. 파일을 열고 1화 첫 줄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문장에서 조사가 어색해서 고쳤고, 세 번째 문단에서 묘사가 길어 잘라냈고, 그러다 5화쯤 가서 "그런데 이 인물이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를 발견했습니다. 그날 세 시간 동안 고친 문장들은 대부분 나중에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문장을 다듬은 장면 자체를 들어냈으니까요.퇴고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실력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이 글에서는 퇴고를 구조,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