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잡담/직장인의 창작

[애매한 개발자의 창작 기록 3] 글을 쓰려고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Roslyn 2026. 5. 2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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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려고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말은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으면 그냥 글을 쓰면 됩니다.
노트북을 열고, 문서 프로그램을 켜고, 빈 화면에 문장을 적으면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오래 쓰다 보니, 글쓰기에는 본문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등장인물이 있고, 설정이 있고, 세계관이 있고, 이전에 정해둔 사건과 관계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 내가 만든 설정인데도 기억이 흐려집니다.

이 인물이 몇 살이었는지.
이 장소의 이름을 뭐라고 정했는지.
이전에 어떤 규칙을 만들어두었는지.
어떤 사건이 몇 화쯤에서 나왔는지.

내가 만든 이야기인데도, 다시 확인하지 않으면 헷갈리는 순간이 생깁니다.

제가 글쓰기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글을 쓰는 화면에서, 내가 정해둔 설정을 바로 보고 싶었습니다.


1. 처음에는 네이버 카페에 글을 썼다

처음 웹소설을 쓸 때는 네이버 카페를 사용했습니다.

본문은 본문 게시판에 쓰고, 설정은 설정 게시판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등장인물, 세계관, 에피소드 메모 같은 것들을 게시판별로 나누어두면 나름대로 정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습니다.

글은 글대로 쌓이고, 설정은 설정대로 따로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게시판 구조도 익숙했고, 특별한 도구를 배울 필요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함이 생겼습니다.

본문을 쓰다가 설정을 확인하려면 다른 게시판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등장인물 정보를 보려면 창을 바꾸고, 세계관 설정을 보려면 또 다른 글을 찾아야 했습니다.
예전에 적어둔 내용을 확인하려고 검색하거나 목록을 뒤지다 보면, 쓰던 흐름이 끊겼습니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터넷 창을 두 개 띄워놓으면 됩니다.
한쪽에는 본문을 열고, 다른 쪽에는 설정 글을 열어두면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편하지 않았습니다.

네이버 카페에는 기본 레이아웃이 있고, 게시판 목록과 메뉴가 있고, 글 영역도 정해져 있습니다. 창을 둘로 나눠놓으면 양쪽 화면이 모두 좁아집니다. 글을 쓰는 화면도 답답해지고, 설정을 보는 화면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글을 쓰면서 설정을 참고하고 싶은데, 도구의 구조가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도와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처음 생각했습니다.

“본문을 쓰는 화면 옆에서 설정을 바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꽤 중요한 불편이었습니다.


2. 이야기는 길어질수록 기억이 아니라 구조가 필요했다

짧은 글은 기억으로 버틸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몇 명 되지 않고, 배경도 단순하고, 사건도 짧게 끝난다면 굳이 복잡한 정리 도구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선명했던 설정이 흐려집니다.
처음에는 중요해 보였던 인물이 잊힙니다.
초반에 던져둔 복선이 뒤로 갈수록 희미해집니다.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나뉘면, 내가 어디까지 정리했는지조차 헷갈립니다.

특히 저는 글을 매일 꾸준히 쓰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시간이 날 때 쓰고,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돌아오고, 그러다 보면 이전에 써둔 내용을 다시 읽는 데만 시간이 걸렸습니다.

글을 다시 시작하려고 앉았는데, 먼저 해야 할 일은 글쓰기가 아니라 기억을 복구하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이 인물을 왜 만들었더라?”
“이 설정을 어디에 써놨더라?”
“이 사건 다음에 뭘 하려고 했지?”

이런 질문들이 자주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에디터가 아니었습니다.
본문을 쓰는 공간과 설정을 확인하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작업 환경이 필요했습니다.

글을 쓰다가 옆을 보면 등장인물 정보가 있고,
필요할 때 세계관 설정을 열어볼 수 있고,
이야기의 방향을 잊었을 때 시놉시스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처음부터 대단한 창작 플랫폼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글을 쓰다가 설정을 확인하기 위해 흐름이 끊기지 않는 화면이었습니다.


3. 그래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이미 좋은 글쓰기 도구는 많습니다.

문서 도구도 있고, 메모 앱도 있고, 프로젝트 관리 도구도 있습니다.
요즘은 설정 관리에 특화된 도구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직접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제가 원하는 흐름이 꽤 구체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본문과 설정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설정은 보관용 문서가 아니라, 글을 쓰는 순간 계속 참고해야 하는 자료였습니다.

글쓰기 화면이 중심에 있고,
그 옆에서 설정을 필요할 때 꺼내보는 구조.

이것이 제가 처음 생각한 서비스의 핵심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대단한 개발자라서 이걸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오랫동안 웹 서비스를 만들며 살아온 사람이었고, 제가 겪는 불편을 화면과 데이터 구조로 바꾸는 일은 어느 정도 익숙했습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중에 필요한 정보를 옆에 보여주는 화면은 만들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출발점이 지금의 메리톡톡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의 메리톡톡은 거창한 서비스라기보다, 제 글쓰기 습관에서 나온 개인적인 작업 공간에 가까웠습니다.

내가 쓰는 글을 보면서,
내가 만든 설정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곳.

그 정도가 시작이었습니다.


4. 그러다 AI가 등장했다

그 뒤로 시간이 지나면서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AI가 글을 쓰고, 요약하고, 제목을 제안하고, 문장을 고쳐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글쓰기 서비스를 만들고 있던 입장에서 AI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기대했습니다.

AI가 초안을 작성해주면 어떨까.
시놉시스를 정리해주면 어떨까.
에피소드를 읽고 리뷰를 해주면 어떨까.
제목이나 홍보 문구를 제안해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메리톡톡도 그런 방향으로 다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AI 채팅 기능을 붙이고,
창작 보조 기능을 생각하고,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을 받아보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술적으로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직접 AI 모델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AI 연구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모델을 연결하고, 공개된 도구와 오픈소스를 활용해 서비스 안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AI가 글쓰기의 막막함을 줄여줄 수 있다면,
혼자 쓰는 사람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5. 사용해보고 나서 알게 된 것

그런데 막상 AI 기능을 붙이고 사용해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AI는 분명 유용했습니다.

제목 후보를 뽑아줄 수 있고,
시놉시스를 정리해줄 수 있고,
어색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줄 수 있고,
막힌 순간에 다른 방향을 제안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도움은 분명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써보면서 깨달았습니다.

제가 정말 필요했던 것은 AI가 대신 써주는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AI가 초안을 만들어주면 당장은 편합니다.
빈 화면을 채워주고,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문장들이 늘 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글은 생겼지만, 내가 쓰고 있다는 감각은 약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리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AI가 이런저런 의견을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의견을 받아들일지 말지 판단하는 것은 저였습니다.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지 모르면, AI의 조언도 쉽게 흔들리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때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나는 왜 이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지?”

답은 의외로 처음과 같았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잃지 않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설정을 기억하고, 흐름을 이어가고, 다시 글쓰기 화면으로 돌아오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AI가 중심이 아니었습니다.

중심은 여전히 글쓰기였습니다.


6.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서 메리톡톡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AI 기능을 없애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AI는 여전히 유용한 도구입니다. 제목을 정리하거나, 시놉시스를 점검하거나,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던져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AI가 서비스의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메리톡톡의 중심은 AI가 아니라 글쓰기 화면이어야 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본문을 쓰는 동안,
필요한 설정을 옆에서 확인하고,
흐름을 잃지 않고,
잠시 멈췄다가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구조.

그게 제가 처음 원했던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네이버 카페에서 게시판을 오가며 설정을 확인하는 일이 불편해서 시작했습니다.
그 단순한 불편이 서비스의 출발점이었습니다.

AI를 만나면서 잠시 다른 방향을 보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글쓰기라는 본질.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이 당연한 것을 자주 잊습니다.
기능을 추가하다 보면 기능이 목적처럼 보이고, 기술을 붙이다 보면 기술이 핵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기술을 보여주는 서비스가 아니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계속 붙잡을 수 있는 작업 공간이었습니다.


7. 지금의 메리톡톡은 그 과정 위에 있다

현재의 메리톡톡이 완성된 서비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바꿔야 할 것도 많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잘 구현된 것도 아니고, 제가 원하는 글쓰기 환경에 완전히 도달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방향은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본문을 쓰는 화면에서 설정을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
시놉시스와 등장인물, 세계관은 따로 보관되는 자료가 아니라 글쓰기 중에 계속 연결되어야 한다.
AI는 대신 써주는 존재가 아니라, 필요할 때 옆에서 도와주는 보조 도구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다시 글을 쓰러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지금의 메리톡톡에 조금씩 반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속도는 빠르지 않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고, 서비스를 고치고, 다시 방향을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느립니다.
때로는 글도 멈추고, 개발도 멈추고, 서비스도 오래 방치됩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느린 과정 자체를 인정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완성된 정답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글을 쓰며 겪는 불편과 생각을 계속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8. 글을 쓰려고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

돌아보면 메리톡톡은 꽤 개인적인 불편에서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다가 설정을 확인하려고 게시판을 오가던 불편.
창을 두 개 띄워도 어딘가 답답했던 화면.
시간이 지나면 내가 만든 설정조차 희미해지던 경험.
다시 쓰려고 앉았을 때, 먼저 기억부터 복구해야 했던 순간들.

그런 것들이 서비스를 만들게 했습니다.

그러다 AI를 만나면서 잠시 방향이 넓어졌습니다.
AI가 초안을 써주고, 리뷰를 해주고, 창작을 보조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보니, 제가 정말 붙잡고 싶은 것은 더 단순했습니다.

글쓰기 화면.
설정을 함께 보는 구조.
흐름을 잃지 않는 작업 공간.
그리고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게 만드는 환경.

글을 잘 쓰게 만드는 비법 같은 것은 아직 모릅니다.
작가라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의 성과도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주 막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압니다.
그리고 막히는 사람이 다시 돌아오기 위해 어떤 자리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글을 대신 써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잃지 않도록 돕는 서비스.

어쩌면 그 첫 번째 사용자는 여전히 저 자신입니다.


다음 기록

다음 글에서는 이 흐름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어가보려고 합니다.

메리톡톡을 다시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보게 된 것은 기능 목록이 아니라 글쓰기 화면이었습니다.
작가가 실제로 머무는 화면은 어떤 구조여야 하는지, 본문과 설정은 어떻게 함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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