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잡담/직장인의 창작

[애매한 개발자의 창작 기록 2] 출판을 해봤지만 작가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Roslyn 2026. 5. 2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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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세요?”

누군가 이렇게 물으면 저는 아직도 바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아, 그냥…… 취미로 글을 조금 쓰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이 정도 대답에서 멈춥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저는 아직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고 있지 않고, 지금도 대부분 취미와 실험의 영역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다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저는 한 번 온라인 출판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웹소설을 연재했고, 작가 데뷔라는 이름이 붙은 경험도 있었고, 일부 회차가 유료 콘텐츠로 전환된 적도 있습니다.

형식만 놓고 보면 “작가”라는 말을 아주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아직 그 말을 쉽게 쓰지 못합니다.
작가라는 단어가 제게는 아직 조금 큽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 이유는 단순합니다.

출판을 해봤다는 사실과,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꾸준히 쓰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1. 출판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처음 온라인 출판을 경험했을 때, 마음 한편에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물론 갑자기 큰 성공을 하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출판”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무언가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적어도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읽어주고, 어느 정도는 작가가 된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조용했습니다.

연재는 이어졌고, 일부 회차는 유료 콘텐츠로 전환됐습니다. 실제로 수익도 조금은 생겼습니다.
다만 그 돈으로 할 수 있었던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과장 없이 말하면, 치킨 한 마리 사 먹은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기억에 더 남는 것은 수익보다 플랫폼에서 작가 데뷔 후 선물로 받은 시계였습니다. 실제 금액으로 따져도 그 시계가 유료 콘텐츠로 번 돈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이 사실이 우습기도 하고, 조금은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내 글이 유료 콘텐츠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나는 이제 작가다”라는 확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아, 출판을 해봤다고 해서 바로 작가가 되는 건 아니구나.”

그 생각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2. 유료 전환보다 먼저 필요한 것

그 이후 저는 본격적인 유료 연재를 다시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직은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글을 쓰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료 콘텐츠를 만드는 일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창작자는 자신의 글로 수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독자가 돈을 내고 읽을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분명 중요한 목표입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순서가 조금 달라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먼저 돈을 받을 수 있는 글을 고민하기보다,
먼저 사람들이 계속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다음 편을 누르게 만드는 힘.
제목과 소개글에서 관심을 붙잡는 힘.
초반 몇 화 안에 인물과 사건을 이해시키는 힘.
읽는 사람이 “그래서 다음은?”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힘.

저는 아직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대부분 무료 연재를 중심으로 글을 써왔습니다.
돈을 받기 전에, 먼저 읽히는 글을 써보자는 생각이 컸습니다.

이건 겸손한 척하려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현실적인 판단에 가깝습니다.

저는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작가가 아닙니다.
한 번 출판을 해봤지만, 그것만으로 자신 있게 작가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3. 작가라는 말이 어려운 이유

제가 작가라는 말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단지 수익이 적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돈을 많이 벌어야만 작가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닙니다.
많은 작가들이 오랫동안 적은 수익으로 글을 쓰고, 때로는 거의 아무 보상 없이도 작품을 이어갑니다.

문제는 수익보다 확신에 가까웠습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계속 읽힐 만한 힘이 있는지.
내가 한 작품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유료든 무료든 정해진 호흡으로 연재를 이어갈 수 있는지.
독자가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

이 질문들 앞에서 저는 아직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한 번 출판을 해봤다는 사실은 분명 제게 의미 있는 경험입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저에게 자신감만 주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어디에서 부족한지 더 분명히 보게 했습니다.

글을 쓰는 것과 읽히는 글을 쓰는 일은 달랐습니다.
출판을 하는 것과 작가로 계속 남는 일도 달랐습니다.

저는 그 차이를 경험하고 나서야 조금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작가라는 이름은 결과로만 결정되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만으로 붙일 수 있는 이름도 아니었습니다.


4. 그래도 그 경험이 남긴 것

그렇다고 그 출판 경험을 실패로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성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수익도 거의 없었습니다.
작가라는 이름에 대한 자신감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얻은 것은 있었습니다.

첫째, 내가 실제로 글을 완성해서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머릿속에만 있던 이야기를 문장으로 만들고, 플랫폼에 올리고, 누군가에게 읽히는 경험은 분명 이전과 달랐습니다.

둘째, 글은 혼자 쓰지만 독자는 혼자 상상해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설정과 독자가 따라가고 싶은 이야기는 다를 수 있었습니다. 쓰는 사람의 만족과 읽는 사람의 흥미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가 있었습니다.

셋째, 저는 아직 연재를 지속하는 구조가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 쓰는 것과 일정한 리듬으로 계속 쓰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지금도 제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글쓰기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작가가 될까?”보다
“어떻게 하면 다시 쓰러 돌아올 수 있을까?”를 더 자주 생각합니다.


5. 이름표보다 먼저 필요한 것

예전에는 작가라는 이름표를 얻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면, 그때부터 조금은 당당해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출판을 하고, 유료 콘텐츠가 되고, 독자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생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작가라는 말은 외부에서 붙여주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결국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직 그 이름을 자연스럽게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그 사실을 예전만큼 부끄럽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제게 필요한 것은 작가라는 이름표보다, 계속 쓸 수 있는 환경과 리듬입니다.

많이 읽히는 글을 쓰는 법을 배우는 것.
읽는 사람이 다음 편을 궁금해하게 만드는 법을 익히는 것.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 독자가 읽고 싶은 이야기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한 번 멈췄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것.

지금의 저는 그 과정 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작가세요?”라고 물으면 아직은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작가라고 말하기엔 아직 조심스럽지만,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 정도의 애매한 위치.

어쩌면 이 연재는 바로 그 애매한 위치를 정리하기 위한 기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기록

다음 글에서는 글을 쓰고 싶어서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제 글쓰기 환경이 불편해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만들다 보니,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에디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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