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디버깅하는 개발자.

개발과 창작 사이에서, 사람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도구와 기록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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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209

밀과 쌀의 문화권

서구 문화권은 주로 밀을 기반으로한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밀은 쌀과 달리 수확한다고 바로 음식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확한 농부는 제분업자에게 밀을 판매하게 된다. 제분업자는 다시 밀가루를 만들어 제빵사에게 판매하고, 제빵사는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판매하게 됨으로써, 밀 농사 기반에 기능적 협업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된다. 이는 기능적 분업을 통해 각자의 전문 분야를 발전시키고,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며 네트워크를 연결시키려는 습성으로 이어진다. 반면 동양 문화권은 주로 쌀을 기반으로한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쌀은 수확과 동시에 곧바로 밥을 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된다. 그러니 가급적 넓은 지역 안에서 다같이 농사를 짓고, 다같이 밥을 하고, 식사를 하는 자급자족 형태가 주류..

초당두부

조선시대에 허엽이란 인물이 있다. 그는 강릉 부사로 재임하던 시절, 동해의 바닷물과 지역의 샘물을 이용해 맛 좋은 두부를 만들었다. 그의 두부는 나날이 유명해졌고, 그의 호를 붙여 "초당두부"라 부르게 됐다. 그는 두뇌가 명석한 인물로, 그의 자식들이 하나같이 당대 최고의 문인으로 불리웠으니, 그들을 가르켜 "허씨 오문(許氏 五門)" 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중 삼남이 그 유명한 홍길동 전의 저자인 "허균"이다. 이쯤에서 눈치 챘겠지만, 허균의 누이, 즉 집안의 장녀가 바로 허난설헌이다. 그의 장남인 허성은 이조판서까지 역임했으니, 역시 피는 못 속이나보다. https://www.threads.com/@parkheesung.dev/post/DU2P88nD7-M?xmt=AQG0VSg9Hd6HoAXQjVQWR..

무협 세계관

역사학자이자 소설가인 사량용(查良鏞)은 소설의 필명으로 자신의 이름 끝글자를 파자(破字, 글자를 깨트림)하여 김용(金庸) 이란 필명을 짓는다. 그리고 그 유명한 영웅문 3부작을 쓰는데, 개인적으로 서양에 J.R.R톨킨이 있다면 동양에는 김용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서양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한 톨킨과 동양 무협 세계관을 구축한 김용이니 내 주관적 입장에서는 그렇게 비견된다고 믿는다. 어디까지나 개인의견이지만.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세계관을 마주했을 때, 나는 그것이 믹스된 세계관을 창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그런 작품을 구상만 하고 있을 때, 그걸 실천한 작가들의 글이 쏟아져 나왔었다. 지금도 수많은 장르 소설이 쏟아져 나오지만, 아직도 판타지만큼은 반지의 제왕을 기반으로, 무협만큼은 영웅문의..

은하수를 처음 본 날

혹시 은하수를 본 적 있어? 97년도, 그러니까 내가 대학교 1학년일때, 자취를 했었어. 교외에 위치해 있었기에 지금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는데, 외딴 곳에 덩그러니 있는 그런 학교였었지. 사실 공부를 좀 못했거든. (좀 많이...) 여름방학때였던 것 같은데, 정확한 시기는 생각이 안나. 지금과는 달리 밤하늘에 별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 하지만, 그날은 유독 다른 날이었어. 불현듯 고개를 들었을 때, 내 평생 그런 아름다운 광경은 처음보는 것 같았거든.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 밤하늘에 촘촘히 박혀 있는 별들이 반짝 거리는게, 너무 신기했어. 그렇게나 많은 별들이 빈틈없이 꽉차게 빛나고 있었거든. "무슨 별이 저렇게 많지?" 놀란 나에게 그 지역에 사는 친구가 말해주더군. "은하수 ..

개발자들의 소울 영화, 매트릭스

1999년 세기말 분위기 속에서 개봉했던 영화 "매트릭스"는 만화가를 꿈꾸며, 친구들 사이에서 "컴퓨터 잘하는 놈"으로 통했던 나에게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정말 그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장면들이 참 많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오라클"이 주는 "쿠키"를 네오가 먹는 장면이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로 유명하고, 쿠키는 인터넷 세상에서 로그인 정보를 저장하는 수단을 의미한다. 오라클이 준 쿠키를 먹으면서 네오의 정보가 저장이 되었고, 트리니티의 키스가 "트리거"가 되어 저장된 쿠키로 네오를 부활시킨다. 또한 네오가 부활하는 장면은 종교적 관점에서도 해석이 가능한데, 메시아(Messiah)'의 희생과 찬란한 회귀가 그러할 것이다. 깊이있는 영화를 보고난 이..

피터팬

많은 사람들이 피터팬 이야기를 알지만, 피터팬이 왜 나이를 먹지 않는지는 잘 모른다. 한국어 번역본에는 웬디가 집으로 돌아간 이후에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 책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문판 피터팬을 읽어보면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피터팬이 나이를 먹지 않는 대신, 한가지 패널티를 가지는데 그건 바로 끊임없이 기억을 잃는다는 거다. 작중에 웬디가 피터팬에게 후크선장에 대해 묻자, 피터팬은 후크선장이 누구냐며 오히려 되묻는다. 피터팬은 끊임없이 기억을 잃는 와중에도 신기하게 웬디만은 계속 기억하고, 그래서 항상 웬디를 찾아온다. https://www.threads.com/@parkheesung.dev/post/DT-WDTOj4uP?xmt=AQG0VSg9Hd6HoAXQjVQWRiAN4Y5Oxih5..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고, 영화는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을 가장 좋아해. 특히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는 엄청 좋아했었지. 지금도 가끔 그런 영화를 틀어놓고 보는데, 옛날 느낌나게 기왕이면 더빙판을 찾아서 보곤 해. 그 당시 우리나라 성우들의 목소리 매력이 왠지 어렸을 때 생각나게 해서 더 좋게 느껴지더라고. "맥 라이언"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속에서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한결같이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로 나오는데, 약간 왈가닥하면서도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면모를 가진 캐릭터지. 아마 그런 캐릭터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은 시대에 따라 선호도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어느 누구도 싫어하진 않을 것 같아. 난 그녀가 "사랑스러움"이란 ..

첫 직장의 경험

처음다닌 회사는 자기주도학습 교육프랜차이즈 본사였어. 자체적인 교육웹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팀을 구성했고, 디자이너가 팀장이었지. 일주일에 두세번 퇴근해야했고, 토,일에도 회사에서 살아야할 만큼 빡세게 일해야 했지. 큰 돈은 아니지만, 그렇저렇 먹고살정도의 돈을 벌고 있던 회사였고, 직원수는 한 25명 정도 됐던 거 같아. 대부분이 여자 선생님들이어서, 남자가 몇명 없는 여초회사였지만, 흔히 말하는 여초회사의 문제점 같은 거 없이 모두 정말 친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어. 그래서 정말 좋은 경험으로 기억에 남는 회사였지. 대표님도 좋은 분이셔서 다정다감했지만, 그런 회사에 변화를 몰고온 건, 어느 임원이 새로 오면서 였어. 이제와 생각해보면 전형적인 사기꾼의 면모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어느 누구도 그런걸 알..

해군 복무시절 봉사활동에 대해

해군복무하면서 좋았던 점은 한달에 한번 2박 3일 외박과 주말 외출을 한번 나갈 수 있다는 점이었어. 단 외출의 조건은 봉사활동이었어. 근처에 있는 장애인 복지기관이 있었는데, 주로 지체장애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지. 4시 30분까지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저녁 8시까지는 밖에서 자유시간을 허락해 줬어. 그래서 다들 외출을 나가고 싶어했고, 나도 거기에 합류했지. 거기엔 대학생도 오고 정치인도 오지만, 그들중에 제대로 일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 시간만 떼우면되는 대학생들은 출석만 하고 사라져 버렸고, 정치인들은 사람들 시선이 없는 곳에서는 무례하기 그지 없었지. 한번은 달랑 두명이서 장애인 20여명을 데리고 군항제 때 관광을 시켜줘야 했는데, 20여명을 언덕배기 사찰에 올..

내가 했던 아르바이트들

처음 했던 알바는 세차장 옆 도색장에서 차량 도색을 하는 거였어. 차량에 페인트가 묻으면 안되는 영역에 종이테이프를 바르면 도색을 시작하고, 도색이 끝나면 다시 테이프를 뜯어내는게 일이었어. 그 과정에서 손에 묻지 말라고, 위생장갑위에 목장갑, 그위에 두꺼운 고무장갑까지 끼고, 두툼한 마스크까지 쓰지. 하지만 하루 일과를 끝내고 코를 풀면 코에서 페인트가 나오고, 손에 묻는 페인트는 비누칠로는 벗겨지지 않아서, 아주 약한 신나로 씻었었어. 신나를 손에 부을때,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데, 그럼 아무리 문질러도 안벗겨지던 페인트가 금새 씻겨나가. 그거 하루이틀 하면, 손에 지문이 다 사라져 버리거든? 일주일 했더니, 이거 더 했다가는 내가 무슨 병이 들어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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