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했던 알바는 세차장 옆 도색장에서 차량 도색을 하는 거였어.
차량에 페인트가 묻으면 안되는 영역에 종이테이프를 바르면 도색을 시작하고, 도색이 끝나면 다시 테이프를 뜯어내는게 일이었어.
그 과정에서 손에 묻지 말라고, 위생장갑위에 목장갑, 그위에 두꺼운 고무장갑까지 끼고, 두툼한 마스크까지 쓰지.
하지만 하루 일과를 끝내고 코를 풀면 코에서 페인트가 나오고, 손에 묻는 페인트는 비누칠로는 벗겨지지 않아서, 아주 약한 신나로 씻었었어.
신나를 손에 부을때,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데, 그럼 아무리 문질러도 안벗겨지던 페인트가 금새 씻겨나가.
그거 하루이틀 하면, 손에 지문이 다 사라져 버리거든?
일주일 했더니, 이거 더 했다가는 내가 무슨 병이 들어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주일만에 일을 그만두었었지.
보통 아르바이트란게 나에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건데, 그건 시간 뿐 아니라 건강까지 바꾸는 일이었던 것 같아.
두번째로 했던 아르바이트는 대학 시절했던 출장뷔페 알바였어.
평일에는 학교 다니느라 시간이 없고, 토, 일 이틀동안 출장 뷔페가서 서빙하면, 당시 (97년도) 기준으로 5만원을 벌 수 있었으니,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어.
더군다나 자취하던 시절이라, 일요일에 일 끝나고 나면 뷔페에 남은 음식을 챙겨올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지.
그 돈을 모았더라면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을 도울 수도 있었을텐데 왜 그 생각을 못했나 몰라?
엉뚱하게 내 자취집에 얹혀 살던 선배 두명의 술값으로 다 쓰곤, 쌀이 떨어져서 여기저기 쌀도 꾸러 다니기 까지 했어.
좋게 말해 순진해서 선배들한테 휘둘린거지, 나쁘게 말하면 멍청했던 거지.
세번째 아르바이트는 김포공항 화물청사에서 국제운송해온 물건들에 대한 승인을 받는 일이었어. 별의별 물건들이 다 들어오는데, 한번은 누군가 햄스터를 1만마리나 사들인거야.
당시 1마리에 1원에 구매했다고 하니, 1만마리지만 고작 만원밖에 안하는거지.
넓다란 나무궤짝 하나에 천마리씩 10층으로 쌓여진 물건이 왔는데, 귀여운것도 한두마리 있을때나 가능하지, 그쯤되면 징그러워.
당시에는 생명체에게 붙는 관세가 꽤 쎘거든.
1원짜리 햄스터가 관세가 붙어서 100원이 되버렸어.
100만원을 내고 찾아가야하는데, 물건 주인이 물건을 포기했지.
일반적으로 주인이 포기를 하면, 대전으로 물건을 보내고, 거기서 경매로 처분하지만, 유통기한이 있는 물건이나 살아있는 생명체는 그게 안돼.
그래서 와인같은 건, 폐기했다고 하고 꼼수부려서 챙겨간단 소리를 듣긴 했어.
햄스터같은 경우, 처분이 곤란해서 듣기로는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서 한방에 다 묻어버렸단 얘길 듣기만 했지.
네번째 알바는 레코드 가게 알바였어.
당시에는 카세트테이프와 CD, LP 등을 파는 매장을 레코드 가게라고 불렀는데, 한창때는 비디오 가게와 함께 어딜가도 있는 가게중에 하나였지.
사방벽면으로 카세트테이프가 빽빽하게 있고, 하나가 판매되서 빈자리가 생기면 투명한 카세트 테이프 케이스에 색종이를 넣어서 눈에 딱 띄도록 만든 걸 그 자리에 대신 꽃아
그럼 한눈에 어디에 뭐가 얼마나 팔렸는지 쉽게 파악이 가능했거든.
당시 내가 아는 노래가 한정적이다 보니, 손님이 오면 추천해주는 노래는 거의 뻔했어.
어떤 손님이 와서 추천을 해달라는데, 항상 했던 걸 하니, 그 손님이 "먼저번에도 그거 추천해주시더니..."라는 거야.
미처 손님 얼굴을 못알아본거지. 얼마나 머쓱했던지.
돈을 얼마 안되지만, 편한 알바였고, 군대가기 직전까지 하다가 입대했지.
알바를 한건 아니지만, 피시방 알바에 도전해본적이 있어.
딴엔 일자리라고 이력서를 써오라는데 뭐 써갈게 있어야지.
뻔한 내용 적힌 이력서 종이 달랑 들고 찾아갔더니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더라고.
일 쉽다 어려운 거 하나 없으니 편하게 해보라고 했지만, 그래도 성격상 원칙대로 열심히 일했어
그날 일을 마치고 마감을 하는데, 사장님 표정이 아침과는 사뭇 다르더라.
어찌나 쌀쌀하게 다가와 말을 하는지 살짝 놀랄 정도였어.
돈을 막 세고 뭐라뭐라 계산하더니, 돈이 6천원이 비니까 오늘 내 일당에서 깐다는거야.
그 금액이면 사실상 오늘 난 한푼도 못받는 셈이었거든.
첫날이라고 십원 하나 봐주는 거 없이 칼같이 말하는 모습에 정네미가 떨어져서 그길로 그만둬버렸어.
몇일 뒤에 제발 다시 와달라고 편지가 왔더라?
핸드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고, 이력서에 적혀 있는 거라고 집주소 뿐이었으니, 편지를 보낸거지.
그뒤로 피시방 알바는 아예 염두를 안했던 거 같아.
다섯번째 알바는 인쇄소 알바였어.
인쇄소에서 대형 프린터기에 원단별로 물려서 컴퓨터로 인쇄하는게 일이었어.
첨엔 컴퓨터 작업 위주로 하다가, 나중에는 주로 원단 관리랑 기계 관리를 도맡아 하게 됐지.
거기서 일하는 아주머니 성격이 좀 4차원 같았는데, 사무실로 오는 퀵은 내것이 아니라도 받아주잖아?
그런데 나한테 내것도 아닌데 왜 받냐고 받지 말라는거야.
그땐 어려서 그런가보다 하고 알겠다고 했지.
어느날엔가 퀵이 왔는데, 사장님이 디자이너랑 뭔가 심각하게 얘기하느라, 기사는 쳐다도 안보는거야.
기사가 아주머니한테 가니 내꺼 아니라고 하고, 나도 들은 소리가 있으니 내꺼 아니라고 하고, 경리한테 가니 경리도 아니라고 하고, 사장님이랑 디자이너는 들은 척도 안하니, 빙글 빙글 돌다가 기사가 빡이 쳤는지, "아놔 ㅅㅂ 진짜.." 이러더니 물건을 던지다시피 놓고가는거야.
그제야 어리둥절한 사장님이 와서 왜 안받냐니까, 아주머니가 내거 아닌데 왜 받냐면서 실랑이가 벌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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