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인 작품의 댓글창에 이런 말이 올라오는 일이 있습니다. "이거 AI로 쓴 거 아니에요?" 그리고 그 뒤에 별점 1점이 붙습니다. 본문 어딘가에 프롬프트에 대한 응답처럼 보이는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거나, 문체가 갑자기 매끈해졌거나, 특정 표현이 반복됐거나.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과는 비슷합니다. 이런 사례가 실제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상황에서 작가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AI를 써도 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물어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점입니다. 플랫폼마다 입장이 다르고, 아예 아무 말이 없는 곳도 있습니다.
저는 웹소설을 써서 온라인 출판까지 해봤고, 지금은 창작 보조 서비스를 혼자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는 양쪽에서 걸립니다. 이 글에서는 2026년 8월 현재 확인 가능한 사실만 정리하고, 그 위에서 작가가 잡을 수 있는 실무 기준을 제시하겠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규정을 추측으로 채우지는 않겠습니다.
확인 가능한 사실부터 정리합니다
먼저 국내 상황입니다. 문피아는 공모전에서 생성형 AI 활용을 금지한다고 공지했습니다. 공모전이라는 한정된 맥락이긴 하지만, 국내 주요 플랫폼 중 AI 활용에 대해 명시적인 선을 그은 사례입니다.
반면 네이버 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는 2026년 현재 AI 사용 여부에 관한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금지도 아니고 허용도 아닌, 명시가 없는 상태입니다.
플랫폼확인된 AI 관련 규정작가가 읽어야 할 의미
| 문피아 | 공모전에서 생성형 AI 활용 금지 공지 | 공모전 응모작은 명시적으로 금지 대상입니다. 응모 전 해당 회차 공지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
| 네이버 시리즈 | 2026년 현재 별도 규정 없음 | 규정 부재이지 허용 선언이 아닙니다. 판단 책임이 작가에게 남습니다. |
| 카카오페이지 | 2026년 현재 별도 규정 없음 | 위와 같습니다. 향후 신설될 여지가 있어 정기적으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
해외 쪽에서는 다른 종류의 신호가 있습니다. 중국의 무료 웹소설 플랫폼 판치에 노벨은 2026년 상반기에 심사를 강화해 저품질 작품의 계약을 대거 거부했습니다. 다만 이것을 AI 금지 조치로 읽는 건 정확하지 않습니다. 공개된 기준은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품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작가 입장에서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플랫폼이 "어떻게 썼는가"를 직접 규제하지 않더라도 결과물의 품질 문턱을 올리는 방식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규정이 없다는 것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규정 부재를 허용으로 읽는 건 위험합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 독자는 규정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별점 1점은 약관 위반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독자의 즉각적인 반응입니다. 플랫폼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작품 평점과 유입은 그 자리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실제 피해는 규정보다 먼저 옵니다.
- 규정은 나중에 생길 수 있고, 소급 적용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명시가 없는 플랫폼이 내년에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미 연재 중인 작품에 어떤 기준이 적용될지는 지금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 계약서에 별도 조항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플랫폼 공지에 없더라도 출판사나 매니지먼트와의 계약서에 창작 방식이나 원고의 독창성 보증 조항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지만 보고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덧붙여, 일부 창작자는 AI가 쓴 문장을 사람 문체처럼 바꿔주는 이른바 '휴머나이저' 도구를 씁니다. 저는 이 방향을 권하지 않습니다. 이 도구가 해결하는 것은 "들키는 문제"이지 "글이 안 좋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고의 구조가 헐겁고 인물의 동기가 비어 있으면 문체를 아무리 바꿔도 독자는 그걸 느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추는 데 드는 노력을 계속 지불해야 하는 방식은 오래 못 갑니다.
작가 입장에서 안전한 활용 범위
그렇다면 AI를 아예 쓰지 말아야 할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쓰는 기준은 "독자에게 도착하는 문장을 누가 썼는가"입니다. 이 선을 기준으로 앞쪽은 대체로 무난하고, 뒤쪽은 위험합니다.
활용위험도판단 근거
| 자료 조사, 용어 확인, 배경 지식 정리 | 낮음 | 독자가 읽는 문장에 직접 들어가지 않습니다. 검색 도구를 쓰는 것과 성격이 같습니다. |
| 오탈자, 맞춤법, 어색한 조사 점검 | 낮음 | 이미 쓴 문장을 교정하는 작업입니다. 문장의 저자는 작가입니다. |
| 설정 정리, 인물 관계도, 연표 관리 | 낮음 | 본문이 아니라 작업 자료입니다. 회차가 쌓일수록 효용이 큽니다. |
| 아이디어 나열, 전개 후보 뽑기 | 중간 | 착상 단계까지는 무난하지만, 나온 안을 그대로 쓰면 다음 줄과 구분이 흐려집니다. |
| 본문 문장·장면·회차 생성 | 높음 | 독자가 읽는 문장을 직접 만드는 영역입니다. 공모전에서는 명시적 금지 대상이고, 규정이 없는 곳에서도 독자 반응 위험이 가장 큽니다. |
여기에 실무적으로 세 가지를 덧붙입니다.
- 공모전에 낼 원고는 기준을 한 단계 더 올립니다. 평소 연재에서 허용하던 범위라도 공모전 응모작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문피아처럼 명시적으로 금지한 사례가 이미 있습니다.
- 붙여넣기 사고를 막는 절차를 둡니다. 프롬프트에 대한 응답 형식의 문장이 본문에 남아 발생하는 사고가 실제로 보고됩니다. 발행 직전에 원고를 처음부터 소리 내어 한 번 읽으면 대부분 걸러집니다.
- 연재 시작 전에 자기 기준을 문서로 적어둡니다. 한 줄이면 됩니다. "자료 조사와 교정까지만 쓴다" 같은 식입니다. 마감에 쫓기는 새벽에는 기준이 흔들리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을 때 미리 정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마치며
2026년 8월 현재 확인되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문피아는 공모전에서 생성형 AI 활용을 금지했고, 네이버 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에는 별도 규정이 없으며, 해외에서는 품질 심사 강화라는 다른 방식의 압력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규정과 무관하게 독자는 이미 반응하고 있습니다.
규정은 바뀝니다. 그러니 이 글의 표도 언젠가는 낡습니다. 대신 바뀌지 않는 기준 하나만 가져가시면 좋겠습니다. 독자에게 도착하는 문장은 내가 쓴다. 오늘 하실 수 있는 한 가지는, 현재 연재 중인 플랫폼의 공지사항과 계약서에서 창작 방식과 관련된 조항이 있는지 10분만 찾아보는 것입니다. 없다는 걸 확인하는 것도 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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