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그때 그시절

정성 가득했던 메시지들

Roslyn 2025. 11. 2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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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비가 내려서 날씨가 좀 추워질 줄 알았습니다.  생각만큼 추워지진 않았지만, 이제 곧 추워질걸 미리 알려주는 것 같네요.

이럴때  감기 조심하세요.
요즘 독감 때문에 주위에서 기침하시는 분들이 제법 있더라구요.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 언제 기회가 되면 따듯한 술 한잔 마셔보고 싶어요.  
항상 차가운 술만 마셔서 따뜻한 술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네요.

여러분도 오늘 술 한잔 생각 나시나요?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 인생잡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늘은… 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너무 편해졌잖아요. 삐삐, 전화박스, 그리고 팬레터… 요즘 친구들은 아마 상상도 못 할 거예요. 그 시절엔 메시지 하나 보내는 데도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그때가 그러니까 97년도, 제가 대학 새내기로 처음 학교에 갔을 때였어요. 그때는 아직 핸드폰이 보편화되기 전이어서 다들 삐삐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간혹 탱크 같은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긴 했죠. 그 친구들 핸드폰이 너무 신기해서 좀 빌려서 쓰자고 하면, 빌려주긴 하는데 빨리 끊으라고 옆에서 벌벌 떨면서 쳐다보던 풍경이 생각나네요. 분당 500원인가? 그 정도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당시 500원이면 절대 가벼운 금액이 아니었어요. 아, 그때 그 떨림… 혹시 기억나시는 분 계시려나?

여러분 혹시 윤하 씨 노래 중에 "비밀번호 486"이라고 아시나요? 이 486이란 게 바로 사랑해의 획수로, 사랑해란 말을 의미하는 숫자였는데, 이 말이 생겨나게 된 게 삐삐 때문이었죠. 삐삐는 오직 숫자로 된 연락처만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 보니, 이 숫자를 이용한 다양하고 함축적인 메시지들이 많이 생겨나게 됐죠. 그중에 대표적인 게 바로 방금 전 소개해 드린 486이었고, 586은 앞에 1이란 숫자가 더해져서, "더 사랑해"를 의미했죠. 얼마나 귀여워요. 그쵸? 그런 것들이 굉장히… 굉장히 많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웃기기도 하고.

그것뿐인가요? 온갖 삐삐와 관련된 썰도 따라붙곤 했었는데, 아마 그중 대표적인 게 공중전화에서 공짜로 전화 걸기 같은 걸 거예요. DDD라고 아시나요? 여기서 개발자분들은 "어, 나 그거 알아!" 하시겠지만, 그거 아닙니다. 옛날 전화박스에 있던 장거리자동전화라고 시외전화 거는 버튼이 따로 있었습니다. 전화 걸기 버튼이랑 이 시외전화 버튼을 동시에 누르고 몇 초 안에 전화번호를 빠르게 누르면 공짜로 통화할 수 있다는 썰이 있었죠.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은 없습니다. 왠지… 그런 헛된 노력조차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여기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시티폰이죠. 김국진 씨가 촬영한 CF에서 "여보세요~"하는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성동일 씨가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던 바로 그 시티폰이죠. 한참 유행했던 당시에는, 전화박스 근처에 가면 통화하는 사람을 간혹 볼 수 있긴 했었습니다. 그 엉성함, 불편함… 그게 참 좋았는데.

전화박스 하면 또, 시골에 가면 슈퍼 옆에 있는 낡은 주황색 전화기를 또 빼놓을 수 없죠. 20원 30원 넣어서 통화가 가능한데, 50원짜리 넣고 통화하다가 돈이 남으면 뒤에 필요한 사람 통화하라고 수화기를 올려놓고 가곤 했었죠. 그때는 저도 어렸을 때라 직접적인 경험은 없긴 하지만, 꽤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죠. 그 전화기 옆에는 항상 두툼한 전화번호부가 있었습니다. 온 국민의 연락처가 다 적혀있는 전화번호부라니 상상이 가시나요? 지금은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때만 해도 그게 전국 전화박스마다 비치가 되어 있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신기하죠?

그 전화번호부 뒤쪽을 보면, 펜레터 주소도 있었습니다. 펜레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뒷편에 펜레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주소지가 적혀 있고, 간략한 자기소개 같은 것도 있었죠. 팬레터 해보셨나요? 전 한 번… 해봤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 잠깐 했었죠. 귀찮음이 많은 성격인데, 또 어떻게 그런 건 했는지… 물론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귀찮아서 금방 그만둬 버렸거든요. 하하…

그래도 나름 초반에는 애틋함이 묻어있는 편지를 고이 접어 보내긴 했었습니다. 그때는 그런 걸 잘 몰랐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꽤나 낭만이 있었던 것 같네요. 삐뚤빼뚤한 글씨로 마음을 전하던 그 시절… 여러분은 어떠세요? 혹시 그런 추억 있으신가요?

요즘 인터넷과 전화가 모두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 시대에, 이젠 AI까지… 세상이 그때와는 다르게 몰라보게 달라졌다곤 하지만, 전 아직도 가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손 때 묻고 손 많이 가던 그 시절의 삐삐와 전화박스, 그리고 팬레터까지. 불편했기에 하나의 메시지에, 한 장의 편지에, 그리고 한 통의 전화에 정성을 다했던 시절이었죠. 그런 게 낭만이 아닌가 싶습니다. 넘쳐나는 통화량과 데이터로 제대로 보지도 않고 스킵해 버리는 요즘엔, 어쩐지 그런 낭만이 그리워집니다.

음… 오늘따라 괜히 센치해지네요. 그렇죠? 뭐,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죠. 자,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랄게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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