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인생잡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밤 안주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준비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꿈이 만화가였습니다.
만화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었죠. 그 시절 아는지 모르겠네요. 그땐 일본 애니메이션 구경하기 참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저는 그때 어떻게든 보겠다고 해적판 CD를 구해서 보곤 했어요. 제 방 한구석에 큼지막한 CD 케이스가 가득 찰 정도로 모았으니까요. OVA니 극장판이니, 종류도 참 다양했었죠.
그중에서도 저는 특히 '지브리'에 미쳐 있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분의 자서전부터 관련 서적이란 서적은 다 찾아 읽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초기작인 나우시카, 라퓨타부터 붉은 돼지, 토토로... 그분의 손을 거친 작품치고 제가 좋아하지 않는 게 없을 정도였죠.
그런데 말이죠... 그렇게 그분을 동경하며 깊이 파고들던 어느 날, 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그 거장이 초기에는 백인우월주의 사상에 매료되어 있었다는 이야기요.
'동양인은 그림으로 그리면 지저분하다.'
그분이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풍문이 있더라고요. 사실 진위 여부는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사회 분위기가 스스로를 유럽에 편입시키고 싶어 했던 것도 사실이고...
돌이켜보면 참 묘하게도, 그의 초기 작품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백인들이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죠?
우리가 그렇게 열광했던 동양의 거장이, 정작 동양인을 그리기 싫어했다니 말이에요.
하지만 제가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비난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시간이 지나 그 지점에서 그분을 다시 보게 됐어요. 그는 결국 자신의 생각을 고쳐 바로잡았거든요. 비로소 동양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걸작, <원령공주>를 세상에 내놓았으니까요.
전 그 풍문이 사실이라 해도, 그를 무작정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하잖아요.
살다 보면 잘못된 판단도 하고, 어리석은 욕심도 부리고, 엇나간 욕망에 휘둘리기도 하죠.
그럴 수 있습니다. 사람이니까요.
중요한 건, '내가 틀렸구나'라는 걸 인정하고, 그걸 바로잡으려 애쓰느냐는 점 아닐까요?
다시 그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그 거장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바꿔나갔습니다.
그러면서도 첫 작품부터 가졌던 '자연에 대한 메시지'나 철학은 뚝심 있게 지켜냈죠.
참... 배워 마땅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년에 이르러서는 전쟁에 대한 시각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죠. 아버지가 전투기 비행사였나...
꽤 유명한 일화죠?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그저 군인이었을 뿐이다"라고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실망감을 주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는... 솔직히 그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가족이잖아요. 세상 모두가 욕해도, 나만큼은 편을 들어줘야 하는 게 가족 아니겠습니까. 편든다는 게 그런 거잖아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욕을 먹더라도 같이 욕먹어 주는 것. 가족만큼은 내 편이어야 하니까요.
천하의 미야자키 하야오도, 거장 이전에 아버지의 아들이었고, 실수를 바로잡으며 살아가는 한 인간이었던 겁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 인간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중국에는요, 십전 사상이라는게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잘 모르실 분들 많겠지만, 들어보시면 아~ 그거? 하실 겁니다.
숫자 1부터 10까지 의미를 가진 단어들을 이야기하는 건데, 1에는 태극, 벌써 눈치 채셨죠?
네, 맞습니다. 바로 그 태극입니다.
2는 양의, 즉 음과 양을 말하죠. 3은 삼재, 천, 지, 인을 의미합니다.
4는 사상, 이는 청룡, 주작, 백호, 현무를 말하죠.
5는 오행, 화수목금토를 말하죠.
6은 육합, 동서남북에 상하를 더해 6개의 방위를 말합니다.
7은 칠성, 운명을 점치는 북두칠성을 말하고요.
8은 팔괘, 세상 만물을 의미하죠.
그리고 원래 9에서 끝이었습니다. 9는 구궁, 완벽을 뜻하죠.
그런데 10이라는 숫자가 근대에 이르러 새롭게 생겨나는데 그게 바로 십전입니다.
십전 또한 완벽을 뜻하죠.
그런데 왜 구궁도 완벽이고, 십전도 완벽이냐 싶죠?
둘 다 완벽인데, 그 내포하는 의미가 다릅니다.
십전은 세상에 컴퓨터 같은 것들이 등장하면서, 그와 같은 완벽함. 한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함을 뜻합니다.
그럼 구궁의 완벽함은 뭐냐? 바로 부족한 완벽함을 의미합니다.
바로 사람같은 존재를 의미하죠.
사람이란 존재가 완벽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그 또한 그로써 완벽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수를 하니까, 잘못을 하니까, 사람인거죠.
문제는 잘못이 아니라, 잘못을 한 이후에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오늘은 바로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어떤 실수를 하셨나요? 또는 누군가에게 잘못을 하셨나요?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요. 누구나 잘못을 합니다.
이제 그 잘못을 바로 잡으시면 됩니다.
그럼, 남은 밤 편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