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일 근무하던 2000년대 개발자의 하루 —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아침 여덟 시 반, 사무실 문을 열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창문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전날 밤까지 남아 있던 담배 연기가 아직 빠지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다음은 선배 책상의 재떨이를 비우는 일이었습니다. 시키는 사람은 없었지만 막내가 하는 일로 정해져 있었고, 저도 별생각 없이 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의 개발 현장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토요일에도 출근했고, 마감이 가까우면 사무실에서 며칠씩 자고,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그 옆에서 코드를 짜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풍경입니다.
이 글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려고 쓰는 게 아닙니다. 그때가 좋았다고 말하기에는 나빴던 게 너무 많습니다. 다만 무엇이 정확히 나빴고, 무엇이 개선됐고, 형태만 바뀐 채 남아 있는 게 무엇인지는 한 번 정리해둘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의 하루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면 대략 이런 흐름이었습니다.
- 아침: 8시 반 출근. 환기, 재떨이 정리, 서버실 온도 확인. 밤새 돌린 배치가 제대로 끝났는지 로그를 눈으로 훑어봅니다. 로그는 텍스트 파일이었고, 검색은 에디터로 열어서 했습니다.
- 오전: 요구사항이 문서가 아니라 전화나 구두로 왔습니다. 받아적은 메모가 곧 명세였고, 나중에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대화가 종종 벌어졌습니다.
- 오후: 개발. 막히면 책을 뒤지거나 잡지 부록 CD를 찾았습니다. 검색으로 해결되는 비율이 지금과 비교가 안 됐습니다. 옆자리 선배에게 묻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었습니다.
- 저녁: 야근이 기본값이었습니다. 저녁 식대가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간을 넘기면 오히려 손해라는 이상한 계산도 했습니다.
- 밤: 배포. 사용자가 적은 새벽에 FTP로 파일을 올렸습니다. 잘못 올리면 되돌릴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올리기 전에 폴더를 통째로 복사해두는 게 유일한 안전장치였습니다.
- 토요일: 격주 휴무라는 말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나가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주 40시간 근무제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됐습니다. 다만 제도가 생긴 것과 현장에서 자리 잡은 것 사이에는 몇 년의 간격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있던 곳에서는 그랬습니다.
무엇이 나빴는가
미화하지 않고 적자면, 나빴던 것은 근무 시간만이 아니었습니다.
- 건강을 비용으로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실내 흡연, 불규칙한 식사, 며칠씩 이어지는 밤샘. 몸이 상하는 것을 열정의 증거처럼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 지식이 개인에게만 쌓였습니다: 문서를 남기지 않으니 그 사람이 나가면 그 모듈은 아무도 못 건드렸습니다. 그게 그 사람의 지위가 되는 구조라 굳이 문서를 만들 유인도 없었습니다.
- 실수를 사람 탓으로 돌렸습니다: 장애가 나면 원인 분석보다 누가 올렸는지를 먼저 찾았습니다. 그래서 다들 배포를 두려워했고, 배포가 두려우니 한 번에 크게 올렸고, 크게 올리니 더 자주 터졌습니다.
- 배우는 데 드는 비용이 컸습니다: 책 한 권 값이 부담스러웠고, 번역서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영어 원문을 읽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격차가 지금보다 훨씬 컸습니다.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 항목 | 2000년대 중반 | 지금 |
|---|---|---|
| 근무 | 토요일 출근이 흔함, 야근이 기본 | 주 5일이 기본, 유연근무와 원격근무 선택 가능 |
| 사무 환경 | 실내 흡연, 좁은 자리, 데스크톱 한 대 | 금연, 모니터 여러 대, 장비 지원 |
| 협업 | 구두 전달, 개인 메모 | 이슈 트래커, 코드 리뷰, 남는 기록 |
| 배포 | 새벽 수동 업로드, 롤백 어려움 | 파이프라인 자동화, 되돌리기 가능 |
| 학습 | 책, 잡지, 옆자리 선배 | 공식 문서, 커뮤니티, AI 도구 |
| 장애 대응 | 사람 찾기 |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문서 |
표로 보면 거의 모든 칸이 나아졌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좋습니다. 원격으로 일하고, 배포 버튼 하나로 되돌리고, 막히면 문서를 검색하는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낫습니다.
남은 것과 형태만 바뀐 것
이름만 바꿔 남아 있는 것들
다만 사라졌다고 생각한 것 중 이름만 바꿔 남은 것도 있습니다.
- 대기 시간: 사무실에 늦게까지 앉아 있는 문화는 줄었지만, 메신저 알림을 밤에도 확인하는 습관은 늘었습니다. 물리적 야근이 심리적 대기로 옮겨간 면이 있습니다.
- 속도 압박: 도구가 빨라진 만큼 기대되는 산출량도 올라갔습니다. 예전보다 열 배 빨리 만들 수 있게 되면 열 배 많은 일이 배정되는 쪽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 지식 편중: 문서는 늘었지만, 정작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두 명뿐인 상황은 여전히 자주 봅니다.
그래도 남은 습관 하나
그 시절에서 지금까지 도움이 되는 것을 굳이 꼽자면, 도구가 없던 환경에서 문제를 좁혀 들어가는 습관 정도입니다. 디버거가 제대로 붙지 않는 환경에서 출력문을 찍어가며 범위를 반으로 줄여나가던 방식은, 지금 AI가 만들어준 코드가 이상하게 동작할 때도 그대로 씁니다. 원인이 어디쯤 있는지 가설을 세우고 확인 지점을 하나씩 박아 넣는 순서 자체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 시절이 좋았다는 뜻이 아니라, 나쁜 환경에서도 사람이 뭔가는 배운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같은 습관을 지금은 훨씬 덜 아프게 배울 수 있습니다. 밤을 새우지 않고도, 담배 연기를 마시지 않고도 배울 수 있다면 그쪽이 낫습니다. 그러니 "우리 땐 이랬는데"라는 말은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고생의 총량이 실력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적어도 제가 본 범위에서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시절에 잃은 것을 세는 편이 정확합니다. 문서를 안 남겨서 다시 만든 시간, 무서워서 미룬 배포 때문에 커진 장애, 몸이 상해서 못 한 일들. 그 손실을 계산해보면 지금의 방식이 왜 자리 잡았는지가 분명해집니다.
마치며
주 6일 근무, 실내 흡연, 새벽 수동 배포는 사라졌고 그건 명백한 개선입니다. 대신 대기 상태가 길어지고 기대 산출량이 올라간 부분은 새로 생긴 문제입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는 이유는 어느 쪽이 나았는지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개선된 것을 되돌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고르라면, 지난 한 주 동안 업무 시간 밖에 알림을 확인한 횟수를 세어보는 것을 권합니다. 그 숫자가 예상보다 크다면, 형태만 바뀐 야근이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